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금융환경 속에서 고령자는 정보 격차와 복잡한 금융구조로 인해 다양한 불편을 겪고 있다. 본문에서는 고령자 금융 접근성의 주요 문제와 해결책, 그리고 고령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 방향을 소개한다.
누구나 안전하고 쉽게 금융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모바일 뱅킹, 비대면 계좌 개설, 키오스크 기반 서비스 확대 등 디지털 중심의 금융 서비스가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오히려 고령자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되고 있다. 고령자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금융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청력, 시력, 인지력 저하 등 신체 기능의 변화로 인해 ATM 사용, 스마트폰 앱 조작, ARS 상담 등의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다. 이로 인해 자신의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금융사기 피해에 노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불어, 고령자 특성에 맞춘 금융상품은 제한적이며, 연금 외의 자산 운용이나 금융 선택권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고령자의 경제적 자립성과 재산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금융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다. 고령자도 차별 없이, 불편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와 상품, 서비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 접근성 문제와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 방향
고령자의 금융 접근성 문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디지털 금융 격차다. 고령자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금융 앱 사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앱 조작 방식이 복잡하고, 비밀번호 입력이나 본인인증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수법이 디지털 기반에서 이루어지며 고령자는 방어력이 낮다. 둘째, 오프라인 채널의 축소다. 은행 지점 폐쇄, ATM 감축, 대면 창구 축소 등으로 인해 오히려 직접 방문이 필요한 고령자의 금융 활동이 제약되고 있다. 셋째, 고령자 특성을 고려한 금융상품 부족이다. 장수 시대에 대비한 장기 자산 관리 상품, 일정 수입이 보장되는 생활비 연계형 상품, 치매 등 인지장애 발생 시 재산보호 장치가 결합된 상품 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 1. 고령자 친화 금융창구 운영 확대 - 은행 내 ‘고령자 전담 창구’ 설치 - 상담 전담 직원 배치, 간단한 언어로 설명, 글자 확대된 안내서 제공 - 금융거래 시 보호자 대리 가능 시스템 강화 2. 고령자 전용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 - 간소화된 앱 UI/UX 설계 - 음성 안내 기능, 화면 확대, 생체인식 중심 인증 방식 도입 - 금융사기 예방 기능 내장 (의심 거래 자동 차단, 가족 알림) 3. 맞춤형 금융상품 확대 - ‘생활안정 연금보험’, ‘치매 돌봄 연계 신탁’, ‘장기요양 대비 적립형 펀드’ 등 실질적 필요에 기반한 상품 기획 - 재산 이전과 관리가 결합된 후견신탁, 사회복지법인 연계 금융 설계 4. 금융교육 및 컨설팅 서비스 제공 - 지역 복지관·노인대학 연계 금융교육 프로그램 확대 - 1:1 방문 상담 또는 무료 컨설팅 지원 - 피해 사례 중심의 금융사기 예방 교육 5. 정책적 지원 및 규제 개선 - 고령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관련 법제 정비 - 고령자 대상 금융상품 등록 요건 신설 - 디지털 취약계층 금융보호 특별기금 운영 이미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고령자의 금융 리터러시 향상과 맞춤형 상품 개발을 법제화하고,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설명 의무를 강화해 노후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고령자 금융권리 보장은 사회의 기본 책무다
고령자는 금융 약자가 아니라, 수십 년간 경제를 이끌어온 주체이자 여전히 소비와 자산 관리의 중심에 있는 존재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금융을 이용하고, 자신의 자산을 직접 관리하며,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금융 포용사회가 실현된다. 앞으로의 금융 정책은 첫째,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설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고령자와 그 가족, 전문가가 함께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상품 개발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금융기관의 책임성과 윤리적 설명 의무가 제도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고령자가 스스로 자신의 경제생활을 이해하고,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평생금융교육이 체계화되어야 한다. 금융은 단지 돈을 다루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설계하고, 보호하고, 존엄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고령자의 손에 그 권리를 온전히 돌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