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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인권 중심 돌봄, 왜 지금 필요한가?

by Senior Care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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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인권 중심 돌봄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돌봄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휴먼라이츠’, 즉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는 돌봄 패러다임이 자리 잡고 있다. 본 글에서는 고령자의 인권이 왜 돌봄 과정에서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 인권 기반 케어의 핵심 요소, 제도적·사회적 실천 방향을 살펴본다.

인권 없는 돌봄은 돌봄이 아니다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나 신체적 도움을 넘어서, 돌봄을 받는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관계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속의 노인 돌봄은 여전히 ‘수동적 보호’의 시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가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지 못한 채, 타인의 결정과 간섭 속에서 살아가는 상황은 비단 요양시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고령자의 자율성은 연령 증가나 신체 기능 저하와 함께 흔히 ‘축소되어도 괜찮은 것’처럼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권리 침해다. 고령자 역시 의사결정권, 사생활 보호, 이동의 자유, 건강 정보에 대한 접근권 등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돌봄의 기본 전제는 고령자의 ‘권리 보장’이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휴먼라이츠 기반 케어’가 요구되는 이유다. 휴먼라이츠 기반 케어란, 돌봄 과정에서 인권의 원칙을 실천적 기준으로 삼아 고령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중심에 두는 케어 모델이다. 이는 유럽연합, UN,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미 노인복지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령자의 인권이 왜 케어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정책 흐름을 통해 살펴보고, 실질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권 기반 케어의 구성 요소와 실제 쟁점

고령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케어는 단순한 ‘이상’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 요소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핵심 원칙과 실천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의사결정권의 보장**이다. 고령자 본인이 자신의 생활, 치료, 서비스 이용 등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의 설명과 동의는 반드시 당사자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가 있더라도 전적으로 배제되어서는 안 되며, 가능 범위 내에서의 ‘의사 표현의 기회’가 존중받아야 한다. 둘째,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보호**다. 많은 요양시설이나 돌봄 환경에서 고령자의 생활공간은 비좁고, 타인과 공유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의 사적 영역이 쉽게 침해되기 쉽다. 케어 제공자는 물리적 접촉이나 의료 행위 이전에 반드시 동의를 구하고, 고령자의 자존감을 손상시키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셋째, **차별 없는 돌봄**이다. 성별, 연령, 장애, 치매 여부, 경제적 배경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고령자의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케어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돌봄 과정에서 ‘대리결정’이 반복되면서 고령자의 의지가 무시되는 사례가 많아, 서비스 제공자 교육이 필수적이다. 넷째, **학대와 방임으로부터의 보호**다.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언어적 폭력, 무시, 무관심 등도 고령자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요양시설 및 재가 돌봄 환경에서는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인권 감수성 교육, 외부 모니터링 체계, 신고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권 기반 접근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고령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시선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돌봄은 ‘해주는 것’으로만 인식되고, 고령자의 권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인권 중심 케어를 적용한 국가 사례들을 보면, 돌봄의 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고령자의 자존감, 심리적 안정, 건강 지표까지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노인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케어 계획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노인 권리 선언’과 같은 지침을 통해 돌봄 현장에 인권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인권 중심 케어는 단지 윤리적 이상이 아니라, 실제적 효과와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전략이 된다.

돌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과 사회의 역할

고령자의 인권을 중심에 둔 돌봄은 한국 사회가 고령화의 심화 속에서 반드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제도, 문화 전반에서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령자의 인권을 명확히 보장하는 독립된 법률이 부재하며, 노인복지법이나 장기요양법 내 조항들도 ‘서비스 제공’ 중심에 치우쳐 있다. ‘고령자 인권법’ 제정 또는 ‘돌봄 서비스 인권 가이드라인’ 법제화는 필수적이다. 둘째, **케어 제공자 교육과 인권 감수성 제고**가 필요하다.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인권 중심 케어의 필요성과 실천 방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현장에서 체화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 체계를 갖춰야 한다. 셋째, **고령자의 권리 의식 제고**도 병행되어야 한다. 돌봄을 받는 입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필요 시 이를 주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상담 창구나 고충 처리 시스템도 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고령자는 약자나 수혜자가 아니라, 권리를 가진 ‘주체’ 임을 사회 전체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언론, 교육,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지금은 돌봄의 양을 늘릴 것이냐보다, 어떤 질의 돌봄을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고령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휴먼라이츠 기반 케어는 인간다운 삶의 마지막까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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