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만성질환 증가와 의료 서비스 이용 확대는 의료비 지출을 급증시키고 있다. 특히 소득 대비 높은 본인부담률은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본문에서는 고령자 의료비 부담의 현황과 문제점, 국내외 사례, 구체적 완화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고령자 의료비 부담 증가의 원인과 구조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체 건강보험 지출 중 고령층의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의료비의 약 40% 이상이 65세 이상 인구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만성질환·복합질환·장기요양 등 지속적 의료서비스가 요구되는 고령자에게 의료비 부담은 일상적 문제로 작용한다. 문제는 고령자의 평균 소득이 낮은 상황에서 본인부담률이 높다는 점이다. 의료비는 보험급여 외에 본인부담금, 비급여 항목, 간병비, 교통비 등 다양한 지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비용은 실제 가처분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 독거노인, 기초연금 대상자 등은 의료비로 인해 다른 생계비용을 줄이는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치과, 안과, 재활, 장기요양 등 일상적 건강 유지에 필요한 분야는 보험급여율이 낮거나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처럼 현재의 의료보장체계는 고령자의 복잡한 의료 수요에 비해 구조적으로 미흡하며, 소득계층에 따라 큰 격차를 발생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고령자 의료비 부담은 단지 개인의 경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의료정책의 신뢰, 삶의 질, 건강 수명 유지, 사회적 비용 절감 등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보완과 적극적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국내외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 사례와 한계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된다. 첫째, 본인부담률 완화 정책이다. 한국은 고령자에게 일부 본인부담 경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만 65세 이상은 외래 진료 시 본인부담률이 일반 성인보다 낮고, 만성질환에 대해 장기처방을 받을 경우 부담률이 더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제한적이며, 실질적 부담 경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둘째,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또는 급여 확대 정책이다. 이는 치매검사, 보청기, 틀니, 백내장 수술 등 고령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보험 급여로 포함시켜 비용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최근 몇 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틀니·임플란트·노인장기요양 서비스 등이 순차적으로 급여화되었으나, 여전히 치과 치료, 간병, 교통비 등 주요 항목이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셋째, 직접적 현금 지원 또는 바우처 제도이다. 일본은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자에게 일정 수준의 건강관리 바우처를 지급하고, 독일은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해 간병서비스에 대한 현물·현금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초연금 외에 의료비에 특화된 직접 지원 정책은 미비하다. 긴급복지지원제도나 일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있으나, 보편성과 예측성이 떨어지는 것이 한계다. 또한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커뮤니티 케어와 예방 중심 건강관리 서비스는 의료비 경감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하지만 국내는 예방 중심 서비스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며,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체계 또한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각각 효과를 지니고 있으나, 제도 간 연계 부족, 수급 기준의 복잡성, 대상자의 정보 접근성 문제 등으로 인해 실효성을 크게 제한받고 있다.
고령자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 정책 제언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단편적 혜택 중심의 접근을 넘어선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소득 수준 연동형 본인부담률 차등제도**의 확대다. 현재 일부 질환에 적용되고 있는 본인부담 경감 기준을 확대하여, 소득 하위 고령자에게는 외래·입원 진료의 본인부담률을 실질적으로 낮춰야 한다. 둘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지속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에게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치과, 안과, 재활, 간병 등)에 대한 단계적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 기반 의료비 지원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 각 지자체가 고령자 대상 의료비 바우처나 간병비 지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예방 중심 건강관리 서비스 강화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고, 고령자의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보건소 중심의 방문건강관리사업, 만성질환 등록관리사업 등을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정보 접근성과 신청 절차 간소화를 통해 정책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복잡한 신청 과정, 온라인 중심의 안내 등은 실제 고령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으므로, 오프라인 안내 확대, 읍면동 단위의 일대일 상담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 고령자 의료비 부담은 단순한 가계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지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핵심 과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각난 지원이 아닌, 삶의 전반을 고려한 ‘사람 중심의 정책’이며, 모든 고령자가 건강과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된 안전망이다. 이를 위한 선택은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당면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