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건강문해력(헬스리터러시, Health Literacy)은 단순히 병원을 이용하는 능력이 아닌, 복잡한 건강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이해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합니다. 하지만 국내 고령자 대다수는 의료 정보의 해석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병원 이용, 약물 오남용, 만성질환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고령자 헬스리터러시의 개념과 필요성을 짚고, 이를 높이기 위한 교육적·사회적 접근 방안을 제시합니다.
고령자와 건강문해력: 왜 중요한가?
‘헬스리터러시(Health Literacy)’는 건강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의료진과의 소통, 복잡한 약물 복용 지시의 해석, 건강 정보 검색, 질병 예방 선택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작용합니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이 능력이 건강 유지와 질병 관리의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질병명조차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며, 병원에서 제공하는 건강정보지를 읽고도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용 중인 약물의 이름이나 복용 시간, 복용 목적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는 흔하며, 이로 인해 약물 중복 복용이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령자들은 디지털 정보 활용에도 취약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예약 시스템, 건강 앱, 포털사이트를 통한 정보 검색 등 현대 의료 환경에서 요구되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헬스리터러시의 융합 능력이 부족하여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헬스리터러시가 낮으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병원 방문이나 응급실 이용이 늘고, 만성질환 조절 실패율도 높아집니다. 반면, 건강문해력이 향상된 고령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료진과의 협력 속에 치료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삶의 질 역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렇듯 고령자의 헬스리터러시 향상은 단지 ‘공공정보의 제공’을 넘어, 노인의 생존과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고령자 헬스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
첫째, **의료 남용 및 오남용 방지**입니다. 헬스리터러시가 낮은 고령자는 감기약과 고혈압약의 차이를 혼동하거나, 증상이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약을 끊는 등 약물 오남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질병의 악화나 예기치 못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의 과잉 사용으로도 이어집니다. 따라서 약물 복용 교육, 질병별 증상 이해, 의사 상담 활용법 등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 **자기주도적 건강관리 역량 향상**입니다. 고령자가 자신의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스스로 혈당이나 혈압을 관리하며, 식이요법과 운동을 실천할 수 있어야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왜 약을 먹어야 하는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키는 과정은 동기부여의 핵심입니다. 셋째, **의료진과의 원활한 소통**입니다. 진료실에서 고령자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치료 실패로 이어지며, 병의 악화를 초래합니다. 헬스리터러시 교육은 의학 용어의 단순화, 질문 요령 훈련, 상담 시 메모하는 습관 형성 등 실제적인 도구를 제공합니다. 넷째, **디지털 헬스 시대 대응력 확보**입니다. 온라인 진료 예약, 건강정보 검색, 처방전 관리 등 스마트 헬스케어가 일상이 된 시대에서, 고령자의 정보 소외는 건강격차로 직결됩니다. 문자메시지 확인, 앱 사용법, 인터넷 검색 등의 기초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함께 건강 정보 해석 방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삶의 질 향상과 자립성 강화**입니다. 헬스리터러시가 높은 노인은 단순히 건강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지키며 타인의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자립적 삶을 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참여로도 이어지며, 노년기 삶의 질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점에서 고령자 대상 헬스리터러시 교육은 단발성 캠페인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공 보건정책으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헬스리터러시는 고령사회에 필요한 ‘기본 능력’입니다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오늘날, 단순한 의료 서비스 확장만으로는 고령자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고령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며, 그 핵심이 바로 헬스리터러시 교육입니다.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보건소, 복지관, 노인대학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령자의 인지 능력과 생활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콘텐츠가 마련되어야 하며, 의료인과 가족의 역할 역시 적극적으로 강조되어야 합니다. 고령자의 헬스리터러시는 의료비 절감, 삶의 질 향상, 사회 통합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파급 효과를 지니며, 이는 곧 지속 가능한 고령친화사회를 향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